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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81. 치화씨의 주보
치화씨가 교회 올 때 가지고 다니는 손가방 안에는 성경과 찬송, 그리고 주보뭉치가 있다. 빨간 노끈으로 열십자로 묶은 주보뭉치.
한 주 한 주 묶은 것이 제법 굵어졌다. 주보를 받으면 어디 버리지 않고 묶었던 노끈을 풀러 다시 뭉치로 챙긴다.
아직 치화씨는 한글을 모른다. 스물 다섯 살, ‘이제껏’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다.
가정에 닥친 어려움으로 어릴 적부터 집을 떠나 남의 집에서 일하며 살아야 했던 치화씨로선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젠 찬송가 장수는 찾을 수 있다. 서툴지만 곡조도 따라 한다. 반의 반박자 정도 느리게 부르는, 그렇게 가사를 찾는 그의 안스런 동참을 하나님은 기쁘게 들으실 것이다. 주기도문도 서툴지만 함께 할 수 있다.
아직 글은 모르지만, 차곡차곡 주보를 모으는 치화씨. 치화씨는 그렇게 살아가는 얘기들을 모으고 있다.
하나님과 이웃에 눈떠가는 자신의 삶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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