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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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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78. 얼굴을 땅에 대고
“응, 오늘 한 목사 집에 있어?”
뜻밖이지만 익숙한 목소리. 이현주 목사님이셨다. 지나는 길인데 시간이 괜찮다면 잠시 들리시겠다는 전화였다.
원주에서 충주로 가는 버스로 귀래까지 오시기로 하고 귀래로 모시러 나갔는데 사모님과 함께 차에서 내리셨다.
예의 조용하고 따뜻한 웃음, 목사님은 반갑게 손을 잡으셨다. 다시 수염을 기르셨는데 그게 목사님 모습이지 싶었다. 지나는 길이라 하셨지만 차를 나누며 말씀을 듣고 보니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신 것이었다.
특히 사모님께서 은희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론 어렵고 힘든 일속에 혼자 있는 것 같아 외롭고 쓸쓸할 때가 있는데, 실은 고마운 분들이 함께 걱정하며 함께 마음을 나누고 계신 것이었다.
이야기 중에 목사님은 모세 이야기를 하셨다.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실물이 없어 모세를 원망한다. 어쩌자고 우리를 에집트에서 끌어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만드느냐고 대든다.
그때 모세와 아론은 백성 앞을 떠나 성막 어귀로 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다! 얼굴을 땅에 대고(아무 말없이!)엎드린 모세와 아론. 목회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무력감을 느낄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말없이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것’ 그것 아니겠냐는 말씀이었다.
겨울 해는 짧아 이내 땅거미가 깔렸고 두 분은 일어나셨다. 하룻밤 묵고 가면 좋을 텐데 다음날 일이 있으시다 했다. 충주로 가 수원가는 버스를 타시겠다고 귀래까지만 나가자 하시는 결 수원으로 모셨다. 충주 나가는 시간이면 거반 수원을 가겠다 싶었다.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목사님은 그렇게 다녀 가셨지만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린 모세 이야기는 가슴속에 남아있다.
때마다 느끼는 게 무력감인데 때마다 무얼 아뢸까, 그냥 아무 말 없이 땅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는 일, 그뿐 무엇이 더 있을까.
가슴 밑바닥을 흐르는 허전함과 쓸쓸함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를 목사님은 그렇게 우연처럼 지나는 길에 가르쳐주신 것이었다. 꼭 필요한 때에!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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