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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3. 5번 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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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13. 5번 줄

 

매주 토요일 아침. 원주 청년관 지하사무실에서 모이는 모임이 있습니다.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는 ‘좋은 생각 키우기’란 모임입니다. 

몇 주 전,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 일찍 나가 잠깐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옆에 기타가 있길래 집어 들고 보니 줄이 모두 늘어져 있 었습니다. 천천히 줄을 맞추다 보니 5번 줄을 조이는 조임새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습니다. 조임새 없이 손으로 나사를 돌려 보았지만 나사는 꿈적을 하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기타를 제자리에 놓다가 다시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미리 음을 맞춰 놓았던 1번부터 4번까지의 다시 풀렀습니다. 그런 다음 음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없는 5번 줄을 기준으로 다시 줄을 맞춰 나갔습니다. 5번 줄이 많이 풀려있어 전체적으로 음이 낮아졌지만 줄은 서로의 높이가 맞아 알맞은 화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어렵게 맞춘 줄을 튕기며 문득 찾아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5번 줄 조임새가 고장 난 기타를 쓸 수 있는 길은 5번 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고장 나고 모자른 것이, 부족하고 못난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은 바로 거기에 있구나 하는 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자금 나의 삶은 부족하고 모자른 사람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가. 내 꿈의 중심에는 누가,무엇이 있는가, 지금 우리의 교회는 정말 가난한 사람을 중심으로 서 있는가, 생각이 그렇게 이어지자 자신이 없었습니다. 

똑똑하고 성한 것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음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고장 난 5번 줄 때문에 멋진 화음을 이룰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음 이 낮아진다 할지라도 그래도 다 함께 노래할수 있는 길은 고장 나고 모자른 것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뿐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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