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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8. 너무 큰 기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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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88. 너무 큰 기대

 

지난 연말 원주 군청 가정복지계를 찾아갔다. 놀이방 운영에 도움 될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유치원을 운영하고있는 한 장로님께 들었던 터였다. 

가정복지계를 찾아 찾아온 이유를 말하자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니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 한다. 심심하게 신문장을 넘기던 담당 계장이 얼마 만에 말을 걸어왔다. 

단강의 형편을 이야기했다. 내년에 놀이방 아이들이 늘어 약 14명, 선생님 한 명으로 벅찰 것 같 우리 힘으론 선생님 두 분 모실만한 힘이 안 되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 그런 얘기였다. 선생님 한 분만 보조해 주어도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계장의 대답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법적인 문제를 먼저 들고나왔다. 놀이방을 하려면 규정에 맞는 시설과 교구를 갖추고 자격증이 있는 교사를 채용하여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놀이방을 했다면 엄밀히 말해 ‘불법 영업’이라는 것이었다. 농촌의 형편과 ‘햇살 놀이방’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 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 했지만 계장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뭔가 도움을 받으려면 규정에 맞는 시설과 교구와 교사진을 갖춰 먼저 허가를 받아라, 허가를 받는다고 다 보조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쪽 예산이 남을 경우에 한해 얼마간 지원이 될 수 있다. 지금 햇살놀이방은 허가 받지 않은 곳이기에 도움은 커녕 원칙대로 하자면 ‘고발’해야 된다, 그런 얘기들이었다. 

고발하지 않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알라니, 결국 난 불법영업을 자수하러 간 셈이었다. 

군청을 빠져나오는 마음이 영 씁쓸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려운 일을 하는데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게 말할 순 없었을까?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걸까.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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