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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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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23. 매미 껍질
매미가 벗어놓은 껍질 하나를 마당에서 주워 서재로 가져왔다. 매미 형체를 그대로 닮은 껍질의 모습은 바라볼수록 기이하다. 툭 불거져 나온 두 눈은 물론 눈 아래의 더듬이, 다리끝에 송송 돋은 솜털까지를 그대로 남겼다.
등이 약간의 금으로 갈라져 있을 뿐이다. 그 갈라진 작은 틈을 비집고 진짜 생명이 기어 나왔단 말인가, 저리 완전하게 자기를 버리고도 또 하나의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단 말인가.
빛을 노래하기 위해선 땅속 어둠을 허물벗듯 저렇게 벗어야만 했던 것일까. 앙상하게 형체만 남은 매미는 껍질로 남아 많은 것을 묻게 한다.
그냥 책상위에 올려놓았던 매미 껍질을 어느날 조심스레 세워 보았더니, 앗! 놀랍게도 네 다리로 서는 것이 아닌가. 껍질만 남은 몸이었지만 분명 매미는 껍질뿐인 다리로 분명하게 섰다.
서서 껍질을 벗었기 때문일 것!
쉽게 확인할 길은 없지만 껍질만으로 훌륭히 서는 매미를 보며 난 그렇게 확신을 한다. 적어도 내 앞에 선 저 매미만은 서서 껍질을 벗었을 것이다.
서서 벗은 껍질!
그러고 보면 쟁쟁한 매미 울음을 시끄럽다고 하찮게만 들어서! 안될 일이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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