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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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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59. 입학식
“소리야. 너 차 타고 부론으로 학교 다니지 않을래?” 언젠가 아내가 소리에게 물은 적이 있다. 학교마다 학생들이 점점 줄어드니까 인근에 있는 학교들을 부론으로 합하고 학교버스를 운행하면 어떻겠냐고, 학교측에서 학부형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몇 안 되는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야 그래도 좀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아내는 그런 심정으로 소리의 의견을 물었던 것이었다. 그때 소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엄만 그런 생각을 버려야 돼, 단강국민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면 나라도 가서 한 명을 채워야지. 내가 가면 그래도 한 명이 두 명되고, 두 명이 세 명 될 수 있잖아!”
어린 딸에게 엄마가 단단히 교육을 받은 셈이 되었다. 녀석의 생각이 저만큼 자란걸까. 어찌됐든 그 일로 나도 소리를 달리 보게 되었다.
며칠 전 소리의 입학식이 단강국민학교에서 있었다. 신입생이 모두 네 명, 자그만치 4명이나 되었다. 자그만치라는 말이 괜한 엄살은 아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입학생이 어쩜 소리 하나, 잘하면 둘일 거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터였다.
1학년은 2학년과 함께 한 반에서 같이 공부를 한다. 이른바 복식수업이다. 2학년은 9명이라 그런대로 책상의 길이가 있는데 창가 쪽으로 앉은 신입생 1학년은 달랑 2줄 뿐이다.
한쪽 교실에서 열린 조촐한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들이 반으로 들어갔을 때 열려진 문을 통해 딸의 모습을 지켜볼 때, 두 줄 뿐인데서 앞에 앉은 딸의 모습을 볼 때 웬지 모를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마음을 적셨다.
벽지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어디 고통뿐이겠는가만 아직 어려서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난 어쩔 수 없이 딸에게 물리고 있다는, 딸에대한 송구함이 컸다.
어디보다. 단강이 좋다는, 언젠가 소리가 했던 말을 핑계처럼 기억하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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