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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 할머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5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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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46. 할머니


할머니, 저는 지금 하늘을 날아가고 있습니다. 하늘은 또 하나의 바다인 듯 흰구름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구름 속을 날아가며 할머니를 생각합니다. 눈에 선한 웃음, 이가 숭숭 빠져 잇몸뿐인 웃음이 바로 옆에 계신 듯 선명하게 살아옵니다. 구름이 온통 할머니의 커단 얼굴이 됩니다.
결국은 할머니와의 약속을 못 지키고 말았습니다. 나 죽기 전 딴데로 가면 안 된다고, 나 죽으면 나 묻어 주고 가야 한다고 언젠가 당신은 내게 말씀하셨죠.
장에 다녀오는 길 양말 몇 켤레 사 가지고 들려 두손 꼭 잡으며 그렇게 말씀하셨죠.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속엔 당신 마음 온통 담 겼다는 것 잘 알기에 그 약속 이루어 드리고 싶었는데, 당신의 머리 마지막으로 빗겨 드리고 싶었고, 당신의 얼굴 마지막으로 닦아 드리고 싶었는데, 마지막 정성으로 입혀 드리고 싶었는데, 모두 빈 마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멀리 떠나와 당신 떠나셨단 소식 남처럼 들어야 했으니 할머니께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원망스러우셨죠?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있어야 했던 사람 곁에 없어 떠나면서도 너무 서운하셨죠. 마지막까지 당신 눈에 눈물 맺혔던 건 아니었던지요.
한결같이 전해 주시던 따뜻한 사랑 이리도 많은데, 당신은 갚을 길 없는 큰 사람을 남긴채 홀연히 떠나고 말았습니다.
할머니가 남기신 은비녀 생각이 간절합니다.
내겐 아버지 하나님밖엔 없다시며 할머니는 할머니의 가난한 생이 남긴 유일한 보물 은비녀를 하나님께 바치셨죠.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가 해 주셨다는 은비녀, 잘 보관했다 돌아가실 때 품에 안고 가시라 했던 그 은비녀를 굳이 굳이 할머니는 하나님께 바치셨습니다.
“내겐 아부지 하나님 밖에 읍서유.”
당신 음성이 메아리쳐 옵니다. 그래요, 그게 할머니의 삶이었습니다. 할머니 마음 아시는분도 하나님 뿐이었고, 할머니 마음 아뢸분도 하나님 뿐이었습니다.
오직 한 분 당신 믿고 사랑했던 하나님 아버지 품에 할머닌 안기신 것입니다. 슬픔만큼이나, 아니 슬픔과 허전함을 덮고도 남을 편안한 위로가 이렇게 마음속 가득한 것은 할머니 맞아 주신 분, 할머니 사랑했던 주님이란걸 조금도 의심 없이 믿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 언제나 함께하다 주님 나라에서 뵙게 될 할머니, 고맙고 고마웠던 할머니, 할머니가 내 맘속에 계심을, 주님과 함께 계심을 인정합니다. 편히 쉬소서.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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