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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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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77. 가장 더딘 걸음으로
“우리 아저씨 거기 갔어요?”
주일 아침, 작실 아주머니가 일찍부터 전화를 했습니다. 당황한 목소리였습니다. 아침 먹고 나간 남편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되는 박수철씨는 뇌졸중 이후 말을 잃어버렸고, 한쪽편 손과 발이 마비되어 제대로 걷지를 못합니다.
훨체어를 타고 동네 어귀에 앉아 드물게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러다 갑갑하면 지팡이를 짚고 어렵게 동네를 한 바퀴 돕니다. 그게 하루 생활의 전부입니다.
그렇게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운신을 못하는 남편이 아침을 먹자마자 어디를 갔는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봐도 보이질 않자 걱정이 된 아주머니가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전화를 받고 아저씨를 찾아보려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찾으려던 아저씨는 교회 마당 등상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막대 지팡이를 옆에 세워놓고 아무 일도 없다는듯 앉아 그냥 빙긋 웃고 말 뿐이었습니다.
몇 번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교회에 나왔던 아저씨가 이번엔 혼자서 교회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남편없이 혼자서 농사일을 꾸려 나가야 하는 아주머니가 꼬막꼬박 주일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 주일마다 뒷바라지가 어려워지자 아저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서 교회로 내려온 것입니다.
지팡이를 짚고서도 한걸음 떼기가 쉽지 않은 아저씨 걸음으로라면 작실 집에서 부터 섬뜰 교회까지는 족히 한 시간이, 아니 그 이상이 걸렸을 것입니다.
가장 더딘 걸음으로 가장 일찍 내려 온 아저씨, 누군든 쉬운 걸음일까 만 아저씨의 더디고 아픈걸음 그것만으로도 주님께 향그러운 제물되지 싶었습니다.
입벌려 찬송하고 기도하지 못해도 그것이 예물되지 싶었습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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