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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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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64. 가을 볕
제단을 장식하는, 제단 양쪽에 서 있는 나무의 잎사귀가 자꾸만 시들어 떨어진다. 물이 모자라 그러는가 싶어 신경 써서 물을 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원주를 나간 길에 화원에 들려 이유를 물었더니 햇빛을 못 봐서 그렇단다. 한낮의 뜨거운 볕을 쬐면 잎이 탈 수도 있으니 아침 저녁 순한 볕을 이따금씩 쬐여 주라는 얘기였다.
마침 흐린 날씨, 다음날 아침 예배당 안의 나무를 밖으로 가져 나왔다. 조금 비도 왔고 선선한 가을 기운, 밤엔 이슬도 제법 내렸다.
며칠 뒤 나뭇잎을 보니 잎새마다 윤기가 곱다. 잎새 하나하나를 정성껏 닦아낸듯 잎새들이 건강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해를 보고서야 생기를 되찾는 나무를 보는 마음이 숙연하다. 내 생에 생기를 전해줄, 시든 일상에 반짝이는 윤기를 회복시켜줄 나의 별과 빛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그 앞에 난 나를 온전히 펼쳐놓고 있는지.
생기 회복한 나무 곁에 서서 쬐는 가을볕이 무엇보다 따뜻하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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