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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종근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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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28. 종근이


아버지 육순잔치가 있던 날, 종근이는 끝내 오지 않았다. 흩어져 지내던 식구들이 모두 모이고 동네 분들을 초청해 식사 대접을 하는 분주함 속에도 종근이는 없었다.
2주전 큰아버지 회갑 때만 해도 멀쑥한 모습으로 집을 찾았던 종근이가 정작 아버지 육순을 맞이해서는 집에 오지 않은 것이다.
“저 붙잡을 줄 알고 지레짐작 안 온 거예요.”
종근이 어머니 지 집사는 속이 상할대로 상했다.
얼마 전 친구를 따라 서울로 나간 아들이 전국팔도 어디라도 일 있는데로 돌아다니며 먹기를 제대로 먹나 자기를 제대로 자나 걱정이 되고, 나쁜 일을 많은 세상 그런거나 배우지 않나 잠을 설치고, 그런데도 아들로부터는 소식도 없어 근심이 태산인지라 이번에 들어오면 꼼짝없이 붙들어놓을 작정을 하고 기다리던 터였다.
집 앞에 줄장 서있는 경운기. 종근이가 있을 때만 해도 종근이가 경운기를 부려 그런 아쉬움 몰랐는데 종근이가 떠나자 경운기는 있으나마나, 경운기로 하던 모든 일이 큰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벼 말릴 때만 해도 선아 아빠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벼를 날라야 했다. 남편이라도 경운기를 부린다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덩그마니 서 있는 경운기를 볼 때마다 지 집사가 느꼈던 속상함이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 안다는 듯 종근이는 안 왔다. 쇄 냄새 미리 맡고 올무를 피하는 산짐승처럼, 붙잡힘을 피해 아예 오지 않았다.
 이적지 엄마 말 거역함을 모르던 더없이 착했던 막내 종권이. 손님 맞느라 분주한 손길이지만 순간순간 지 집사 표정 위론 걱정과 섭섭함이 겹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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