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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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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66.공동 빨래터
단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겨울 풍경 중 하나는 공동 빨래터입니다. 흐르는 개울물에 조그마한 비닐하우스를 쳐 놓고 그 안에서 빨래를 합니다.
날이 추워 개울물이 꽁꽁 얼어붙는 날에도 비닐하우스 안에는 여전히 개울물이 흐릅니다. 비닐하우스는 햇볕을 모아 얼음이 못 얼도록 지켜줄 뿐 아니라 바람도 막아 주어 빨래하는 일을 크게 도와줍니다. 흐르는 물 양쪽에 널찍한 돌판 몇 개를 갖다 놓으면 한겨울에도 훌륭한 빨래터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 양동이씩 빨래를 갖고 빨래터에 모입니다. 걸레도 빨고 내의도 빨고 이따끔씩 이불보도 뜯어 빱니다. 철석철석 빨래 방망이로 두들기며 빨래를 합니다. 그러다보면 빨래터는 자연히 이웃과 만나 얘기 오가는 곳이 됩니다.
마실 삼아 서로의 집 오가며 따뜻한 아랫목 얘기꽃 피울 수도 있지만 빨래터는 함께 일하며 얘기하는 곳입니다. 흐르는 시냇물처럼, 함께 나누는 얘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 함께 흐르는 곳입니다.
그렇게 담이 없어지는 곳입니다. 누군 험담이나 나누는 것 아니냐 걱정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오가는 얘기를 통해 작은 기쁨도, 슬픔도, 안스러움도, 떠난 자식들 사는 얘기까지도 저마다의 작은 울타리를 넘어 모두의 얘기 모두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단추만 눌러주면 알아서 척척 빨래 다 해준다는 텔레비전 속 세탁기 광고를 모르는 바 아니나, 흐르는 냇물 얼어붙은 한겨울, 사람들은 모여 함께 웃으며 함께 빨래를 합니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찬 얼음물에 맨손을 뻘겋게 익히며 함께 사는 가족들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자칫 남남되기 쉬운 이웃끼리 한데 모여 정담을 나눔으로 서로가 한 이웃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서로 옆집에 살면서도 남남이라는 도시에서도 집집마다 세탁기를 거두고 공동 빨래터를 만들면 어떨까 싶은, 텔레비전에서 선전하는 그 좋은 세탁기가 이곳 단강엔 끝내 발붙이질 못했으면 하는 미련한 바램을, 오가며 공동 빨래터를 지날 때마다, 지나며 빨래터에서 들려오는 한 덩어리 웃음소리 들을 때마다 새롭게 갖곤 합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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