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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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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4.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교회 마당, 지난 여름 비오던 날 승혜 할머니가 심어주신 해바라기가 해해 웃으며 피었습니다.
해바라기는 이름 그대로 해를 바라보는 꽃입니다. 새벽같이 깨어 이슬로 세수하고, 제일 먼저 동쪽 하늘로 눈 돌려 햇님 기다리는 꽃입니다.
햇님 생각에 잠을 설치고 누구 보다 먼저 깨어 햇님 맞는 꽃입니다.
그래 키와 목이 긴지도 모릅니다. 여름 내내, 그 뜨거운 여름 내내 눈부신 줄도 모르고 햇님 바라보는 꽃입니다.
이슬로 빛나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아픈 고개 이기며 햇님만 바라봅니다.
해바라기의 하루는 그뿐입니다. 흐린 날은 기다림으로, 맑은 날은 해바람으로, 해바라기는 언제나 행복한 꽃입니다.
가장 밝고 크게 웃는 꽃입니다.
그러나 끝내 눈멀고 마는 꽃입니다.
너무도 사랑한 햇님
햇님에 눈멀고 마는 꽃입니다.
사랑도 지나치면 눈멀고 마는 법
한 여름 원 없이 사랑한 햇님을 두고
사랑도 지나치면 눈멀고 마는 법
한 여름 원 없이 사랑한 햇님을 두고
순한 볕으로 선한 사랑 용납하는 햇님을 두고
눈멀고 마는 꽃입니다.
하늘은 높고 푸른데
뚝뚝 꽃잎 말아 떨구며 고개 숙이는 꽃입니다.
눈감아도 보이는 님인데
눈먼 모습
사랑하는 님에게 보일 순 없습니다.
죽어도 죽어도 햇님 탓은 아닙니다.
사랑 내 것이었 듯, 슬픔 또한 내 것,
보세요 눈물이 아니랍니다.
한 알 한 알
빈틈없이 맺힌 까만 씨앗들
결코 서툰 미련 아니랍니다.
풀 길 없었던, 다 할 길 없었던 내 사랑
눈 멈으로 그만 둘 수 없는 햇님 향한 내 사랑
조용히 가슴 태울 내 사랑이랍니다.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교회 마당에 나란히 피었습니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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