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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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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63.내 눈물 닦아줄 사람
어둠이 내리는 저녁 무렵. 끝정자에 살고 있는 안 집사님이 전화를 했다.
“목사님. 내일 원주가셔?” 어쩐 일이냐 묻자 언니가 무척 아프다 했다. 여러날 설사를 심하게 한다고 했다.
“예, 가지요.” 그런 일보다 급한 일이 어딨을까. 더더군다나 안 집사님의 언니 안경순 할머니는 더는 의지할 데가 없어 지난 성탄절부터 교회에 나온 분이 아니신가.
여든이 다 된 노인이 정말 어디 하나 의지할 데 없어 하나님을 믿기로 했다. 다음날, 눈이 아직 다 녹질 않아 길이 미끄러웠지만 안집사님과 집사님의 언니를 모시고 길을 나섰다. 양안치를 넘어야 하는 귀래길 대신 문막쪽 길을 택했다. 몇 곳 응달진 곳으로 미끄러운 곳이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길이 많이 풀려있었다.
결국 안경순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워낙 기력이 약한데다가 여러 날 설사를 계속하여 탈진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였다.
간호를 하면 안집사 님이해야 할텐데 안집사님은 집사님대로 당신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질 못하는 형편이고 보니 천상 안경순 할머니를 혼자 병원에 두고 와야 했다.
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될 상노인네 세분이 모여 사는 안 집사님네, 정말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돌아오는 길, 언니를 혼자 병원에 남기고 오는 허전함과 괴로움을 집사님은 담당하게 토로했다.
언니의 지나온 한평생 삶을 얘기하는데 구비구비 쉽지 않은 삶이었다. 얘기끝에 집사님이 한 마디 속 얘기를 했는데 쉽지 않은 얘기였다.
“언니나 나나 이제껏 살아오며 남의 눈물 많이두 닦아주며 살았는데 이제 우리 눈에 눈물 닦아 줄 사람 읍으니... , 큰 죄 진 것두 읍는데...”
집사님의 얘기 끝이 눈물에 젖고 있었다. “주님이 계시잖아요.” 대답하려다 말을 거둔다. 그걸 집사님인들 모를까. 알면서도 잠 못 이루는 하많은 밤, 집사님의 마음은 그렇게 무너졌는 걸.
아무도 내 눈물 닦아 줄 사람 없다는 집사님의 아픈 고백을 말없이, 말없이 들을 뿐이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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