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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8. 손가락 수술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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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98. 손가락 수술

 

아내가 손가락 수술을 받았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조금씩 조금씩 부어 오른 것이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두 세번 주사를 맞아 부은 것이 가라 앉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주사 가지고 다스려지 않았다.

부어오른 부위를 째고 고름을 짜내고 끝내면 되겠지 하고 쉬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수술 전날 입원하여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수술에 들어갔는데 전신마취를 하는 것이었다. 손가락 한 부위를 수술하는데 전 신마취라니...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수술은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수술하는 동안 병원 복도를 서성이는 안스러움이라니. 

수술 후 아내는 꼬박 보름 동안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하루에 맞는 주사가 모두 8대, 치료가 보통이 아니었다.

까짓 손가락 한 부분인데 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은 얼마나 무지하고도 교만했던 일인지. 

하나님이 만드신 우리 몸이란 어느 한구석도 간단한 곳이 없어 가벼이 대할 곳이 없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좀 쉬어 보는 게 소원이라던 언젠가의 말값을 아내는 그렇게 톡톡히 치렀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맞았다. 김정권 목사님의 배려로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을 읽으며 싫도록 푹 쉴 수 있었다.

보름만에 아내는 퇴원을 했다. 그것도 집을 너무 오랫동안 비워 원장님께 사정을 해서 겨우 허락받은 퇴원이었다. 퇴원을 하지만 한동안은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장 아내가 하던 집안일들이 우리 차지가 되었다. 우리래야 일할 수 있는 식구라곤 소리와 나 둘뿐이었다. 가끔 규민이가 설겆이 일을 거들기도 했으나 대개는 소리와 내 몫이었다. 때로는 원해서 하기도 했으나 때로는 치열하게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당번을 정하기도 했다. 

덕분에 좋은 것을 깨달았다. 설갖이와 청소등 당연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집안일들이 막상 나서서 해보니 쉬운 일도 당연한 일도 아니었다.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주부들은 날마다 때마다 쉽지 않은 일들을 매번 반복하 고 있는 것이었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없으면 그야말로 고된 노동, 주부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 설겆이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것은 아무리 잘 닦는다고 닦아도 눈에 띄지 않는 찌꺼기가 곳곳에 남는 것이었다. 밥풀 눌어 붙었던 곳을 깨끗이 닦기가 어려웠고, 고추가루를 남김없이 씻어내는 일도 어려웠다.

이따금 아내가 차린 밥상에서 그런 구석을 볼라치면 이 사람이 설겆이를 제대로 한 건가  생각이 그랬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그럴 일이 아니었다. 혹 그런 부분이 있다해도 그것보단 깨끗한 부분이 더 많음을 대견하고 고맙게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는데 수술한 아내의 손가락 부위는 아직도 다 낫지를 않았다. 상처 속에서 새살이 돋으려면 아직도 제법 시간이 걸릴거라 한다.

손가락 한 부위, 몸에 난 작은 상처 하나가 아무는데 저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라면 우리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몸의 새살 돋는 것이 저리 더딘 일이라면 마음의 새살 돋는 일은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일까. 

주변에 있는 분들께 걱정을 끼쳐 드렸다. 송구스러운 일이다. 격려하며 기도해 주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중 박정형외과의 박규태 선생님께 큰 사랑을 입었다. 자상한 배려와 치료로 아무 불편함 없이 지금껏 치료를 잘 받고 있다. 가을철 호박덩이로는 갚을 수 없는 큰 사랑이었다.

걱정하며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며, 사랑의 빚 갚는 길이란 사랑밖에 없음을 마음에 새긴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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