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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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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43. 탈진
원주의료원에 동네 할머니를 모시고 나가 아침나절 검사를 받았다. 다 나가 사는 자식들, 겨우내 배가 아픈걸 혼자 알약이나 사 먹으며 참아오다 더는 괴롭고 두려워 큰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큰 병원이 래야 원주의료원이었다. 검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할머니는 벌써부러 기진맥진,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병원에선 그날로 당장 입원을 하라 했다. 단순한 병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달려온 따님께 뒷일을 부탁하고 기독병원으로 갔다. 은희 일로 담당 선생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터였다. 퇴원 후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건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막막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양안치재를 넘어 귀래로 내려서는데, 갑자기 마주 오던 트럭이 번쩍번쩍 불을 켠다. 앞쪽에 교통경찰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손을 들다 보니 트럭을 운전하는 이가 같은 마을 마을에 사는 조기원씨 아닌가. 순간적으로 보니 일하던 옷을 그대로 입었고. 트럭 뒤엔 과자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렇담 과자 배달을 가는 길은 아니었다.
과자 공장일로 정신없이 바쁜 그가 무슨 일로 저리 바삐 달려갈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사고구나!’ 대뜸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게 놀이방 아이들 중 누가 다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고, 누가 어떻게 다친건지 얼마나 다쳤길래 저리 급하게 달려 나가는 건지 여간 초조해 지는게 아었다.
귀래교회에 들러 얼른 동네로 전화를 했다. 알고 보니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농약을 마셨다는 것이었다.
제초제인 크라목숀을 마셨다는 얘기였다. 두곳 병원을 들러 허탈하고 기진한 마음으로 들어오다 느닷없이 만나게 된 또 하나의 어두운 소식.
몸보다는 마음으로 오는 탈진.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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