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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22. 개똥벌레
외로운 교인, 외로운 젊음, 광철씨네 외딴집에 밤늦게 들렸다 내려오는 길, 길인지 돌짝 언덕인지 더듬더듬 험한 길 내려올 때 콩잎 사이에서 파랗게 빛나는 불빛하나, 망망대해, 피어오른 밤안개 끝에 걸려든 등대불처럼 야슴프레 빛나는 불빛, 한 마리 개똥벌레였다.
이슬에 젖은 콩잎 사이로 손을 펼쳐 개똥벌레를 찾아낸다. 그래도 숨지 않는 빛, 손안에 갇혀서도 손금을 비춰내는 형광빛, 용케 남았구나. 밤하늘 별이 부럽지 않던 빛의 일렁임. 눈부시던 빛의 무리 어디론가 떠났는데, 너는 용케 남았구나. 빛의 무용 더는 거두고 다들 떠났는데, 너는 남았구나.
외진 마을 밀린듯 또 얼마큼을 벗어나 더 외진 곳에서 너 그래도 빛을 내고 있구나. 밤이슬 젖은 콩잎 속에서 파란 빛을 만들고 있구나.
손으론 닿지 않을 눈물빛에 가까운 불빛 하나를 어둠에 보태고 있구나. 쏘아대고 있구나. 다들 떠난 이 땅에 남아.
불쌍하게 남아.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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