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967. 쉽지 않은 길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967. 쉽지 않은 길


용두동교회 이영선 선생이 주일 오후 단강에 들렸다. 단강국민학교로 오기로 한 여름수련회 답사를 왔다가 하룻밤 묵게 되었다. 지난 봄에 결혼한 부인도 함께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 공부하던 중 반사로 일하던 교회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이 선생은 하던 생물학 공부를 그만 두고 지금은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일본인을 위한 선교를 꿈꾸고 있다. 마주 앉아 얘기할 때 통역을 해야 뜻이 통했지만 그것이 조금도 불편하진 않았다.
서글서글한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언어의 벽을 쉽게 허물어 버렸다. “참 쉽지 않은 결정을 했네요. 어렵지 않았어요?” 이국 남자와의 결혼, 그리고 목회에의 길. 그런 용기가 정말 쉽지않게 여겨졌다.
이영선 선생이 부인 세시모에게 통역을 했고 세시모의 대답을 역시 이선생의 통역으로 들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생각하는 것이 같았기 때문에 나머지는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저녁예배 광고시간, 두 사람을 소개하고 따뜻한 박수로 환영했다. 이상근 집사님께 단강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뜻을 일본어로 인사 하실 수 있겠느냐고 하자. 집사님이 잘 될지 모르겠다며 일어나 인사를 했다. 더듬더듬 집사님이 인사를 했고 세시모는 “고맙습니다” 하며 뜻밖의 인사를 고개숙여 받았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아까 집사님의 인사가 잘 됐는지 모르겠하자 세시모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일본말로 인사를 하는 어른을 뵈니 고맙기도 하지만 죄송함이 더 컸습니다.” 지난 역사를 알고 있는 까닭일까. 세시모의 마음가짐이 참 귀했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한 길 아닐까 싶었던 걱정이 그순간 날아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쉽지 않은 만남을 마음껏 축하하고 싶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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