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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병아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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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22.병아리


병아리를 키우게 된 건 우연한 일이었다.
다리 하나 사이로 도가 갈려 충청북도 땅이 된 덕은리의 가게로 계란을 사러 갔는데, 주인아저씨가 이왕이면 당신 집에서 기른 닭이 낳은 계란을 주겠다며 방안에 따로 담아놓은 계란을 꺼내왔다. 고마움으로 계란을 받아드는 내게 주인아저씨는 가게 뒷뜰에 키우고 있는 닭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옹기종기 연이어 붙어 있는 닭장 엔 제각각 크기가 다른 닭과 병아리들이 자라고 있었다.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있었다. 노랗게 솟아난 솜털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병아리의 솜털은 하나님의 유머!) 같이 간 규민이도 병아리를 보더니 여간 신기해하는 게 아니었다.
그때 주인아저씨가 “한번 병아리 갔다 키워 볼래요!” 하고 제안을 했다.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색을 하자 아저씨는 알을 품고 있는 닭을 다시 보여주었다. 한쪽 구석 닭 한 마리가 쭈그리고 앉아 알을 품고 있었는데 머잖아 병아리가 깨어나면 그걸 갔다 키워보라 했다.
 소풍날 기다리는 아이처럼 병아리가 깨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서툰 솜씨지만 내깐앤 훌륭한 닭장을 지은 것은 물론이다.
며칠이 더디게 간 후, 드디어 병아리를 집으로 가져왔다. 모두 열일곱 마리였다. 병아리가 아직 어려 어미닭을 함께 가져왔는데 어미닭은 단지 빌려주는 것이었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까는 닭이 좀체로 드물어 씨를 보존하려는 것이었다.
토종인 어미닭의 벼슬은 마치 가위로 잘라낸 듯 아주 작았다. 새로 지은 닭장에 이사를 와 서도 어미닭과 병아리들은 전혀 낯설지 않게 잘 놀았다. 틈만 나면 아이들은 풀을 뜯어다 넣어 주었고, 닭장 앞에 모여 구경들을 하곤 했다.
구경하는 일은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어서 나도 시간이 날때면 멍하니 닭장 안을 들여다보곤 했다. 웬만한 시간엔 싫증을 몰랐다. 무심해지기 좋은 시간이었다. 병아리들은 정말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했다.
까만 눈동자가 앙증맞게 귀여웠다. 자기 새끼를 돌보는 어미닭의 모습은 늘 인상적이다. “꼬-꼭" 거리는 느긋한 소리는 먹을 때 새끼를 부르는 소리고, 다급하게 "꼭꼭꼭꼭" 하는 소리는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어미닭과 새끼들은 나름대로 뜻이 잘 통했다. 먹을 걸 줘도 어미닭은 새끼들부터 먹였다.
저녁때가 되어 잠을 잔다든지, 날씨가 쌀쌀히 진다든지, 낯선 사람이 서성인다든지 하면 어미닭은 새끼들을 불러모아 제 날개 속에 들였다. 
놀랍게도 열입곱 마리나 되는 병아리들이 모두 어미닭 품속으로 들어갔다.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모으듯이 내가 몇 번이나 내 자녀를 모으려 했던가"(마23:37)
그 말씀을 하신 것을 보면 예수님도 언젠가 어미닭이 새끼들을 품에 품는 모습을 유심히 보신적이 있으리라. 그걸 보고 깊은 생각을 하셨으리라.
닭장 앞에서 병아리의 노래를 부른다.


엄마 품은 얼마나 넓은지요.
열일곱 마리
우리들이 다 들어가도 모자라지 않아요.


엄마 품은 얼마나 따뜻한지요.
추운 바람 찬비 몰아쳐와도
엄마 품에 들어가면 춥지 않아요


엄마 품은 얼마나 든든한지요.
아무리 무서운 일 곁에 생겨도
엄마 품에 안기면 맘이 놓여요.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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