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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막연한 소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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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56. 막연한 소원


어둠이 한참 내린 저녁, 아내가 부른다. 나가보니 약실에서 광철씨가 내려왔다.
“청국장 하구요 고구마 좀 가지고 왔어요 반찬 할 때 해드시라고요”
그러고 보니 광철씨 옆에 비닐봉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중에 하나엔 허옇게 덩이진 청국장이 서너개 담겨 있었다.
“청국장을 누가 했어요?” 아버지와 광철씨 뿐  청국장을 띄울만한 사람이 없다.
“제가 했어요. 그냥 했는데 한번 먹어보니 맛이 괜찮던데요” 사실 난 청국장을 잘 안먹는다. 아직 그 냄새 익숙칠 못하다. 그러나 광철씨가 띄운 것, 비록 광철씨 꺼먼 손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 정을 생각해서라고 맛있게 먹으리라 생각을 한다.
식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광철씨와 편하게 얘기 나눈지도 꽤 오래 되었다. 중학교 다니다 말고 시내로 나간 봉철이와 중학교 졸업하고 미싱공이 된 민숙이의 소식을 광철씨는 더는 몰랐고, 바로 아래 남철씨 소식도 몰랐다.
“뭐 덕은리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부론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큰 어머닌 충주에 가 있다구 하구요.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원.”
광철씨는 남 얘기 하듯 동생 얘길 했다. 뿔뿔히 흩어진 가족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일 말은 언제인지, 그런 날이 있기나 할는지.
“일하러 가믄요, 사람들이 자꾸만 저더러 그래요. 목사님께 자꾸 졸라서 장가 좀 보내 달라고 그래라구요.” 광철씨가 장가 얘기를 꺼냈다. 가만히 광철씨를 바라보니 왠지 쑥스러운 표정이다.
“광철씨, 장가가고 싶어요?” 의외로 광철씨 대답이 선뜻하다. “빨리 장가를 가야 빨래도 하고 밥도 짓고, 그리고 아들도 나을텐데...”
그런데 얘기하는 광철씨 얼굴에 부끄러움과 진지함이 엇배인다. 어쩜 광철씨는 동네 사람들 얘기를 핑계 삼아 자기 마음 속 가장 깊은 소원을 얘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34살 노총각 광철씨. 하기야 결혼이 한때의 동정이 아닐진데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말 뿐, 아무도 생각지 못하는 결혼을 마음 속 소원으로 갖고 있는 광철씨.
광철씨의 막연한 소원.(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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