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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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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27. 낙범에게
그래, 너는 장사 꾼 되는 것 같다고,헤어날 길 없는 올무에 스스로를 얽매는 것 같다고 고민하지만, 그게 네 몫의 고민이라면 해야지. 함께 노동 하며 함께 땀 흘리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끝내 좁혀지지 않는 왠지 모를 거리감, 넌 또 다시 괴로움으로 그걸 안아야 하지만.
어디든 부르소서. 종처럼 머슴처럼 부르면 부르는 대로 고추 싣고, 사과 배추 싣고 어디든 언제든 넌 달려가지만 기다리는 건 따뜻한 마음 만은 아니어서 때때론 짧은 계산 앞세운 차가운 동정.
침이라도 뱉고 큰 한숨 한번에 발걸음 되돌리고 싶은 순간 적지 않겠지만 그 또한 네 몫이라면 받아야지.
위험이 기다리는 줄 알면서도 그 길이 내 길이기에 그 길 걷는 게 용기라면, 그 길 끝 파국이 있는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걷는 건 성실이겠지.
“농산물 직거래. 내가 이 일을 해서 농촌인 우리 마을을 살릴 수 있다고 보진 않아. 결국은 쓰러지고 말겠지. 그럴 거야 형. 그렇지만 그래도 해야지, 마지막 순간까진.”
차 안에서 들은 네 말은 네 말만으로 들리지 않았단다. 비장한 울림, 스러짐을 향해 성실함으로 가는 네 모습이 그렇게 장할 수가 없었단다.
어쩜 스러짐만이 일으킴을 가능케 할지도 모르는 이 땅에 주어진 슬픈 십자, 그 앞에 선 한 젊음아. 네 기도 그치지 마라. 네 춤과 노래 멈추지 마라.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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