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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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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20. 주님 오늘 하루도 평안하십시오
새벽 4시 20분. 어김없이 자명종이 울립니다. 날랜 벌레 잡듯 울어대는 시계를 끕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습니다.
새벽 공기 차가운 마당에 나서야 그제야 잠이 달아납니다. 가을 하늘 새벽 별들이 시리도록 맑습니다. 밤새 이슬로 씻은 듯 깨끗합니다.
캄캄한 예배당, 오늘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제단 불을 켭니다. 새벽종을 치기 전 늘 망설임이 지납니다. 여린 마음 탓입니다. 소리를 낮춰 종을 칩니다. 새벽 어둠 속으로, 고단한 잠자리로 종소리는 달려갑니다.
잠시 후, 개짓는 소리, 그리고 발자국 소리가 이어집니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짐작이 갑니다.
두 세명이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벼베기 철, 납덩이 같은 몸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잠자리에서라도 기도로써 하루의 문을 열자고 한 서로의 약속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예레미야서를 읽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지독한 독설과 저주, 새벽부터 그런 말씀 대하기가 꺼림직하기도 하지만, 그런 독설과 저주 밑엔 언제나 예레미야의 눈물이 있습니다.
대언자(代言者)의 안스런 고뇌가 무딘 마음을 흔듭니다.
짧게 예배를 마치고 제단 앞에 무릎을 꿇으면 말을 더듬게 됩니다. 말 너머 계신 그분께 말로써 가는 게 늘 어렵습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사람 사람들, 기도의 자리, 그런 떠올림도 기도일 수 있을 거라는 자위는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쉽게 발이 저리고 마음은 짧습니다. 교회 문을 나서며 아직 깨지 않은 동네를 보면서야 뒤늦은 인사를 합니다.
-주님, 오늘 하루도 평안하십시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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