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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참깨와 고추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1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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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0.참깨와 고추


길마다 참깨와 고추가 널리기 시작이다.
길 양쪽 편으로 세 개 혹은 네 개의 다리로 나뉘어 묶인 깻단이 서로를 의지한 채 가로수처럼, 행군하는 군인처럼 늘어 서 있고, 그 사이 새빨간 고추가 멍석 위에, 혹은 비닐 위에 널려지기 시작이다.
해마다 볼 수 있는 단강의 초가을 풍경이다.
그러나 올해는 뭔가 다르지 싶다.
서 있는 깻단의 길이가 마을마다 길고, 널리는 고추 또한 예년의 양을 훨씬 넘고 있는 것이다.
낮에는 고추따는 일로, 저녁에는 깻단 터는 일로 대개의 일손은 그렇게 소용된다. 양담배 수입으로 담배농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뚜렷한 대체작물이 없어 심은 것이 고추와 참깨.
참깨를 터는, 고추를 따는 사람들 포정이 밝지만은 않다.
근당 300원까지 고추 값이 떨어졌다는 힘없는 말을 저녁 무렵 고추 따고 돌아오는 한 아주머니한테 듣기도 했다.
풀 뽑고 농약 치고, 가물 때 물 대고, 그렇게 땀 흘린 대가는 길가마다 한숨 섞인 헐값으로 널리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설움으로 널리고....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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