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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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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34. 외양간 전시회
귀래 황산골에 화실을 차린 하정 박명수선생님이 두번째 개인전! 열었다. 치악예술회관에서의 전시회를 마치고 연이어 특별한 전시회를 가졌는데 황산골 화실에서 다시한번 전시회를 연 것이었다.
미륵산 아래 편하게 자리잡은 허름한 농가, 그것도 마굿간을 대강 고친 곳에 그림을 걸고 전시를 했다.
오후에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함께 황산골을 찾아갔다. 몇 번 들렸던 곳이었지만 미륵산 품 안에 자리한 화실이 전에 없이 편안하고 아늑해 보였다.
코스모스가 만발한 뜰 허름한 사립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집 뜨락엔 가을별만 가득할 뿐 고요했다. 인기척에 개가 짖기 시작했고 선생님이 나왔다. 개량 한복에 덥수룩한 수염, 그림에 있어 자기 세계를 가졌듯 외모 또한 그랬다. 부인은 한쪽 쪽마루에서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허름한 농가에 그림을 걸어놓고 없는 듯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당 가득한 가을의 오후 햇볕만큼이나 정겹고 평화로웠다.
허름한 의자에 앉아 차를 나누며 나누는 이야기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늘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그런 전시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올 것이라 기대하는, 기다리지 않되 믿는 지극히 조용한 전시회.
그림을 그린 사람이나, 그림이나, 함께 사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건 집이나 모두가 수수하고 꾸밈없는 존재들.
황산골을 빠져나올 땐 우리 또한 그런 것 중 하나였고, 티 없이 욕심 없이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가, 아무 생각 없이도 이미 마음은 그런 걸음이었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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