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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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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11. 화가의 고구마
귀래를 나가다 있는 형신마을에 한 화가가 들어와 삽니다. 허름한 농가를 자신의 손으로 이리 쓰다듬고 저리 쓰다듬어 그림 그리는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하정화숙’입니다.
소 외양간을 고쳐 만든 전시실이 그중 인상적입니다. 더없이 허름했던 그곳에 사방 닥지를 바르고 자신의 그림을 걸어두었습니다. 걸어둔 그림 또한 우리의 산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산과 들판 그리고 농촌의 모습들입니다. 좁기도 하고 조명이래야 백열전등뿐이지만 소를 기르던 외양간에 그림을 걸다니, 내건 그림과 그린 의미들이 합해져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공간입니다.
가을볕이 따뜻하게 들판을 채우던 오후, 황산골을 지나다 보니 하정화숙 빨간 지붕 집 대문이 열려져 있어 불쑥 들렀습니다.
가을볕이 마당에서 잠든 조용한 집. 하정 내외분은 마루에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좋은 시간을 방해한 미안함!
아무렇게나 박아놓은 나무 밑둥 위에 찻잔을 놓고 차를 나눌 때, 우리는 햇볕과 바람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설 때 하정 내외분이 작은 박스 하나를 건넵니다. 화숙앞 채마밭에서 기른 고구마였습니다. 마당에 머물렀던 가을볕을 몽땅 담아 전해 받는 듯 마음이 따뜻합니다.
고구마야 다 같은 고구마였지만 그날 저녁, 아이들과 삶아 먹는 고구마가 유난히 맛있습니다.
화가가 기른 고구마라니요!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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