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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83. 노래할 시간
일찍 어둠이 내린 비오는 저녁.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데 뒷동산에서 매미기 울어댄다.
“비가 오는 이 저녁에 매미가 다 우네.”
어둔 빗속에서 울어대는 매미를 신기해 하자 아내가 한 마다를 한다.
“노래할 시간이 없잖아요.”
십여년 세월을 어둔 땅속에서 보내며 서너 5번 껍질을 벗어 겨우 매미가 됐는데 노래할 시간은 불과 보름여, 긴 긴 세월을 참고 견디며 준비했는데 노래할 시간은 그토록 찰라. 비가 온다고 어둡다고 노래를 미룰 수는 없는 일인지도 몰랐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쥐어짜는 소리인 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남김없이 노래하려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노래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무얼 가릴까.
아내의 말이 잠언처럼 가슴에 남는다. 우리 생이 거기에서 무엇이 다를까 싶어.(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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