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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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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00. 농산물 직거래
딸이 다쳐 병원으로 나가시던 허석분 할머니가 차 안에서 걱정을 하신다. 메주 쑨 거 다 팔았느냐고 걱정스레 물으신다. 용두동 교회 여선교회에서 모두 사갔노라 말씀드렸더니, “고맙네유, 매번.” 하신다.
하기야 용두동교회 같은 교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농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변함없는 사랑이 늘 고맙다. 그러면서도 “서로 고마운 일이지요.”하고 나는 나대로 대답을 했다.
만든 입장에서야 사 주는 손길이 고맙지만, 사는 입장에서야 우리 것 믿을만한 메주를 사니 그 또한 만든 사람이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대답을 들은 할머니가 “허기야-” 하며 전혀 뜻밖의 얘길 하신다. 이런저런 물건을 가지고 장에 가 물건을 팔려고 앉아 있으면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 메주를 팔아달라며 서너 덩이씩을 맡긴다는 얘기였다.
시골 노인네 앞에 놓인 메주라면 당연히 시골에서 만든 메주로 믿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가짜 메주를 판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메주를 팔면 개당 얼마씩의 수고비를 준다니 정말 이젠 누구를 믿어야 할까.
품값에 해당하는 이익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익이 남으니 만든 이 좋고 팔아 준 이 고맙고, 이래저래 속기 쉬운 세상에 안심하고 우리 메주를 살 수 있으니 사는 이 좋고 만드는 이 고마운, 농산물 직거래는 정말이지 새삼 서로 고마운 일이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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