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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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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83. 선영이
선영이는 이웃마을 솔뫼에 삽니다. 염태 고개 너머 검은들을 지나서 개울을 따라 얼마큼 내려가면 나오는 동네입니다. 사과 과수원 사이로 남한강이 내려다 보입니다.
선영이는 일곱살 입니다. 한동네에 사는 또래들은 물론 나이 어린 동생들도 대부분 부론으로 유치원을 다니는데. 선영이는 못갑니다. 보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영이는 이번에 국민학교에 들어간 언니 선하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네서 삽니다. 엄마는 집을 나가 아예 소식을 끊었고, 아빠도 집을 나가 들어오질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선영이의 친할아버지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아직 어린 선영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저 하루 종일 답답하고 심심한 시간을 보내고, 어디가 아프면 언니 손을 잡고 보건진료소를 찾아갈 뿐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을 나갔기도 했고 그보단 아픈걸 알면 한차례 야단을 맞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아이’가 된다는 건 어린 마음에도 견디기 힘든 일인 까닭입니다.
선영이가 며칠 전부터 ‘햇살놀이방’에 옵니다. 이삼십분을 걸어야 하지만 학교에 오는 언니를 따라 놀이방에 왔다가 놀이방이 끝나면 학교 끝난 언니와 함께 집으로 갑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선영이가 그렇게 좋아 할 수가 없습니다.
얼굴보단 마음으로 더 깊게 드리워진 선영이의 어둠이 조금씩 걸혀질 수 있기를, 마침내 모두 딛고 환히 밝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영이를 봅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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