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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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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62. 멀리서 온 소포
Australia Yoo KYONG HAHM (오스트레일리아 함유경)
전혀 낯선 곳, 낯선 이로부터 온 소포를 혹 잘못 배달된 것 아닌가 거듭 수신자 이름을 확인하며 받았다. 커다란 상자였다. 분명 수신자란엔 '단강교회 한희철'이라 써 있었다.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짚히는 구석이 없었다.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을 때 상자 안에는 커피와 프림, 쵸코렛등 다과가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면은 없었다.
궁금증은 다음날 풀렸다. 역시 항공우편으로 온 편지에는 전날 받아 든 소포에 대한 사연이 겨 있었다.
머나 먼 이국땅에서 한 외진 마을로 부쳐온 쉽지 않은 정. 예배를 드리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다과회를 갖는 자리엔 낯설고 의아한, 그러나 무엇보다 따뜻한 감동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만남도 있는 거구나. 우리는 이렇게도 널리 서로를 든든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구나, 뭔가 둑 하나가 터지며 확 세상이 넓어지는 것 같았다.
고향, 뿌리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 보낸이의 정성이 우리 옆자리에 친근함으로 함께 자리하며 더 드시라 시중들고 있었다.
얼마 후 또 하나의 소포가 날아왔다.
깨지지 않게 정성껏 포장된 소포상자 안에는 작은 병들이 여러 개 담겨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허리 아플 때 드시면 좋다는 약이었다. 약이라기 보다는 건강식품에 가까워 아무가 먹어도 부작용이 전혀 나이 많고 몸이 약하신, 그중 홀로 사는 분들을 먼저 찾아 약을 전해 드렸다.
약에 얽힌 사연과 드시는 방법을 설명해 드리는 마음이 여간 흐뭇하지를 않았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모두들 말이 흐렸다. 땅거미 깔리는 어둘녁, 윗작실 맨 끄트머리 이한주 할아버지네를 찾았을 때 막 일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우물가에서 손을 씻고 계셨다.
인사를 받고 지팡이를 짚고 일어선 할아버지는 또 하나의 지팡이를 찾으셨다. 결국 두개의 지팡이를 한 손에 하나씩 짚고서야 할아버지는 마당으로 내려설 수가 있었다. 그 몸으로 하루 종일 논일을 보고 오신 것이다. 금방이라도 꼬꾸라질 듯 한 저 위태함.
약의 출처와 효용, 드시는 방법등을 차분하게 설명해 드렸다. 받아든 약병을 가만히 쳐다보던 할아버지는 “으르게 먹는건지 기억해 둬” 하며 약병을 할머니께 건네셨다.
인사 드리고 대문을 나설 때 대문까지 따라 나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닌 문간에 서서 한목소리로 인사를 하셨다.
“고마 유”
저 마른 목소리가, 마른 목소리에 담긴 질퍽한 울림이 먼나라에서 고향을 보듬어 안으려는 그 품속까지 이어지길, 어둠속 내내 빌며 내려오다.
밤벌레 소리가 별빛과 마주쳐 천지가 맑은 밤이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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