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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이상한 행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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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07. 이상한 행렬


서울을 다녀올 일이 있어 아침 작실 버스를 탔다. 속장님으로부터 배운 차편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이제껏 서울을 가려면 원주를 나가 원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곤 했다.
원주 터미널까지 나가는데 시간 반, 원주에서 서울이 약 두 시간, 서울에 도착하면 열한시 반이나 열두시가 되곤 했다.
속장님 말로는 작실 버스를 타고 홍호리까지 가, 원주에서 여주로 가는 고속버스를 갈아타고 여주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면 그게 제일 빠르다는 것이었다. 원주에서 여주로 가는 고속버스는 몇 곳 서는 곳이 있는데 그중 홍호리에서도 서고, 마침 작실버스와 시간대가 맞는다는 것이었다.
작실 버스를 타니 버스 안엔 작실 아주머니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크고 작은 보따리들을 보아선 어디 장에 나가는 것이었다. 물어보니 여주장이었다. 여주장이 다른 장보다 값이 더 좋다하며 웬만하면 멀어도 여주장에 나간다.
부론을 지나 홍호리에서 버스가 섰고, 여주장에 가는 사람들이 짐들을 들고 내렸다. 적지 않은 짐들, 큰 소동이 지난 후에야 사람과 짐들이 모두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고속버스를 타는 정류장까진 한참을 걸어야만 했다. 저 앞에 보이는 고속도로지만 정류장까진 굴다리를 지나 제법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크고 작은 보따리들을 이고 지고 매고 정류장으로 향한다. 보니 서너개 보따리를 들은 이들도 있다.
허석분 할머니만 해도 커다란 고추 자루를 아예 끈으로 묶어 등에 맸고, 거기다가 참깬지 무거운 자루 하나를 품에 안았다. 허석분 할머니 자루와 이서흠 성도님 자루를 하나씩 받아들고 뒤따라간다.
짐을 들고 길다랗게 줄을 서서 가는 사람들. 뒤따르며 바라보니 영락없는 피난민의 모습이었다. 난리를 피해 보따리 챙겨들고 급히 피난 가는 모습과 다름없었다.
긴 피난행렬.
이 노인들은 힘에 부친 보따리들을 메고 어디로 가는 걸까. 무엇이 이들을 내몰고 있는 걸까.
기우뚱 기우뚱, 보따리 두 개 들고 젖은 눈으로 뒤따라가는 이상한 긴 행렬.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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