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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나무나 합니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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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85.나무나 합니다


지난 설에 설 쇠러 내려온 남철씨가 그냥 단강에 남게 되었습니다. 설 쇠고 다시 서울로 갈 거라 했지만 말대로 안 된 것입니다.
그동안 남철씨는 인근 마을 좀재에 사는 분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 라면대리점에서 일을 했습니다. 라면 박스를 차에 싣고 내리는 일이었습니다. 남의 집에 품 팔던 농사일에 비하면 일이 고된 것도 아니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월급도 30만원씩은 되어 남철씨로서는 아주 좋은 일자리를 구한 셈이었습니다.
입고 내려온 옷도 월급 탄 돈으로 새로 산 옷이었고 구두도 새로 사 신었습니다. 이발까지 깨끗이 한 남철씨는 그야말로 촌티를 말끔히 벗은 신사였습니다.
그런 자신의 변화를 남철씨는 스스로도 대견하게 여겼습니다. 남철씨를 필요로 해 일을 맡기고 월급을 주어 잘 돌봐 주는 좀재 마을 그분의 배려가 고마웠습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을 나름대로 감수하고 있을 그 분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설을 쇠고 좀재로 오면 차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같이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니 마음 씀씀이가 여간 따뜻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남철씨는 다시 서울로 못 갔습니다. 설 쇠고 약속대로 좀재로 가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약속 시간 보다 늦은 것도 아닌데 차도 사람도 없었습니다. 남긴 말이나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결국 그는 그렇게 떨궈진 것이었습니다. 남철씨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라면 늦더라도 남철씨를 기다렸을 것이고, 좀재에서 차로 십여분 거리, 이곳 단강까지 와서라도 그를 데리고 갔을 것입니다. 터덜터덜 남철씨는 힘없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남은 남철씨, 남철씨는 오늘도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합니다. 나무나 합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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