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653.요란한 것과 조용한 것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653.요란한 것과 조용한 것


“이따가 밥 잡수러 오세유”
아침 일찍 교회 마당을 쓸다 일을 나가던 이필로 속장님을 만났더니 오늘 당근가는 일을 한다며 점심을 함께 먹자고 청합니다.
봄이 온 단강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는 농사일은 당근씨를 뿌리는 일입니다. 단강의 특산물이기도 한 당근씨를 강가 기름지고 너른밭에 뿌림으로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몇 가지 일을 마치고 강가밭으로 나갔습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남한강이 가깝게 내다보이는 강가 밭, 이미 마을분들이 제법 나와 씨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일일이 발로 밟아 씨뿌릴 골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 불과 이삼년 전 일이데, 이제는 트랙터가 골을 만들며 밭을 갈아 일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앞사람이 씨를 뿌리고 나가면 뒷사람이 손으로 흙을 덮어나가야 했는데, 이제는 빗자루로 그 일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흙을 살짝만 덮으면 되는 일이기에 그런 일엔 오히려 빗자루가 더 잘 어울린다 싶었습니다.
한해 두해 계속되는 농사일에 나름대로 요령이 생긴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요령은 빗자루질만이 아니어서 당근씨에다 밀가루를 섞어 뿌리는 비법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당근씨, 어느핸가 병억이네가 당근을 갈 때 씨를 뿌린 줄 알고 골을 덮었는데 나중에 보니 싹이 하나도 안 난 곳이 제법인 일이 있었습니다.
당근씨에다 밀가루를 섞는 것은 씨를 어디까지 뿌렸는지를 구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단순한 일이지만 농사짓는 이들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밭 한쪽 끝 둑 아래에선 속장님의 며느리인 규성이 엄마가 점심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솥이며 그릇이며 반찬 등을 아예 밭으로 가지고 나와 따뜻한 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화덕 두개를 놓고 하나엔 밥을, 다른 하나엔 국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점심은 자갈밭 위에 차려졌습니다. 몇 가지 무친 봄나물과 함께 식탁은 풍성했습니다. 그냥 맨바닥에 앉아 먹는 점심이지만 함께 일하고 둘러 앉아먹는 식사의 단맛은 다른 어떤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수북하게 퍼주는 밥을 이내 두세 그릇씩 쉽게 쉽게 비워냅니다. 밥 먹으며 나누는 이런저런 얘기들, 웃음으로 나누는 이야기 속에 우리가 한 이웃임을 진하게 느낍니다.
때때로 당근 값이 씨값 품값도 안 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씨를 뿌리는 농부들의 삶이 문득 저리도록 고귀했습니다. 세상 어떤 일보다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농부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같이 흘리는 땀만큼 같이 나누는 식사만큼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들어주는 것도 드물지 싶습니다.
점심을 먹고 끝정자로 가기 위해 밭을 가로 지를 때였습니다. 예닐곱대의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팀 스피리트 훈련이 한창입니다. 헬리콥터는 마치 이 땅을 지키는 것은 우리들입네 하는 식으로 요란을 떨며 지나갔지만 난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 말았습니다.
'아니다. 이 땅을 지키는 것은 너희들 같이 요란한 것들이 아니다. 농부들의 씨 뿌리는 손, 이 땅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농부들의 저 조용한 손길이란다. (얘기마을19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77 이현주 유다의 마지막(마27:3-10) 이현주 2022-03-16 5
12776 이현주 안디옥에서 설교하는 바울(행13:13-41) 이현주 2023-07-20 5
12775 이현주 안디옥에서 쫓겨나는 두 사도(행13:42-52) 이현주 2023-07-20 5
12774 이현주 안디옥으로 내려간 바울 (행18:18-23) 이현주 2023-08-03 5
12773 이현주 공회 앞에서 연설하는 바울(행22:30) 이현주 2023-08-29 5
12772 이현주 총독에게 호송되는 바울(행23:23-35) 이현주 2023-08-29 5
12771 이현주 총독에게 고발당하는 바울(행24:1-9) 이현주 2023-08-29 5
12770 이현주 총독 관저 감옥에서 2년을 보낸 바울(행24:24-27) 이현주 2023-08-29 5
12769 이현주 멜리데섬에 상육한 바울 (행28:1-10) 이현주 2023-09-12 5
12768 이현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 위에 세워지는 건물들(고전3:10-17) 이현주 2023-11-14 5
12767 이현주 본인의 사도직을 비방하는 자들에게 하는 말(고전9:1-27) 이현주 2023-11-26 5
12766 이현주 조상들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고전10:1-22) 이현주 2023-11-26 5
12765 이현주 고린도로 갈 계획에 대하여(고전16:5-14) 이현주 2023-12-08 5
12764 이현주 마지막 인사와 축원(엡6:21-24) 이현주 2024-02-26 5
12763 이현주 빌립보서 첫인사(빌1:1-2) 이현주 2024-02-26 5
12762 이현주 빌립보에 사는 형제들에 대한 고마움(빌1:3-11) 이현주 2024-02-26 5
12761 이현주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를 보내면서(빌2:19-30) 이현주 2024-02-26 5
12760 이현주 골로새 교회와의 고마운 인연(골1:3-8) 이현주 2024-03-08 5
12759 이현주 초등학문을 졸업한 사람답게 처신할 것(골2:20-23) 이현주 2024-03-19 5
12758 이현주 두기고와 오네시모를 보내며(골4:7-9) 이현주 2024-03-19 5
12757 이현주 마지막 인사(골4:10-18) 이현주 2024-03-19 5
12756 이현주 데살로니가 첫인사 (살전1:1-1) 이현주 2024-03-19 5
12755 이현주 데살로니가 교회에 대한 감사의 말(살전1:2-10) 이현주 2024-03-19 5
12754 이현주 동족의 박해를 받는 교회(살전2:13-16) 이현주 2024-04-02 5
12753 이현주 사도들의 영광이며 자랑인 교회 (살전2:17-20) 이현주 2024-04-02 5
12752 이현주 데살로니가 교회를 위한 기도(살전3:11-14) 이현주 2024-04-02 5
12751 이현주 할례를 주장하는 유대인 개종자들(딛1:10-16) 이현주 2024-06-03 5
12750 이현주 천사들보다 우월하신 하나님의 아들(히1:1-14) 이현주 2024-06-17 5
12749 이현주 약속 위에 맺어진 더 좋은 새 계약(히8:1-13) 이현주 2024-06-27 5
12748 이현주 단 한번 당신을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히9:23-28) 이현주 2024-06-27 5
12747 이현주 첫인사(약1:1-1) 이현주 2024-07-11 5
12746 이현주 사업하다 말고 사라져가는 부자들(약1:9-11) 이현주 2024-07-11 5
12745 이현주 형제들을 헐뜯지 말 것(약4:11-12) 이현주 2024-07-23 5
12744 이현주 장로들과 젊은이들에게 주는 권면(벧전5:1-11) 이현주 2024-08-19 5
12743 이현주 끝인사와 축원(벧전5:12-14) 이현주 2024-08-19 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