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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김장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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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01.김장


김장 담그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입동 지난 지는 벌써 오래 전, 절기를 아는지 모르는 지 추울둥 말둥 느긋하지만 겨울은 겨울, 김장을 담급니다.
언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값이 치솟아 금(金)치 되었던 배추가 올해는 씨 값 비료 값도 안 되는 똥값이라 김장 담그는 손길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그러나 헐값에도 잘 팔리지 않는 자기 집 널따란 밭 배추를 뽐아 김장을 담그는 농촌의 김장은 결코 여유있는 모습들이 아닙니다. 그저 때 되어 담글 뿐 배추를 뽑는 마음들이 아픕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절박한 심정이 배추를 뽑는 손끝마다 가득합니다. 내년에는 또 무엇을 심어야 하는 건지, 선택의 폭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장 담그는 모습들이 또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옹기종기 살아가는 작은 마을, 그러나 김장을 제각각 담급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김장 담그는 날은 잔치날이었습니다. 김장 담글 때가 오면 하루씩 돌아가며 담궜기 때문에 그 잔치는 여러 날 계속 되었습니다. 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함께 모였고, 김장 담그며 나누는 얘기며 웃음에 온 집안이 흔들거렸습니다.
그날은 으레 고깃국을 먹었고, 집안을 기웃거리기만 하면 김장 버무리던 벌건 손으로 꼬갱이에 속 싸주는 것을 속이 쓰리도록 받아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김치 담그는 양도 엄청나 키를 넘는 독 서너개를 쉽게 채우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디서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각자가 알아서 담글 뿐입니다.
가까이에 생긴 농공단지며, 단무지 공장의 일감 하며, 뭐가 그리 바쁘고 돈 생기는 일 많은지 일손이 없습니다. 같이 김장을 담기 위해서는 천상 돈 주고 품을 사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각각 할 수 밖에 없어진 것입니다.
다 떠나고 남은 식구라곤 그저 한 둘, 찾아오는 이도 드문 터에 많이 담글 이유가 없습니다. 반  양식 삼아 김장을 담궜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에야 먹거리 정도는 걱정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세대가 각박해질수록 농촌에는 마지막 정이 남아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닙니다. 농촌은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달라졌는데 옛날 것을 그대로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이제는 다 끝난 동네 김장을 보는 미음이 텅 빈 들판처럼 허전합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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