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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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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56.시험 채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독특한 방법으로 시험 채점을 했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 시험지를 바꿔 채점을 하게 했다. 나랑 바꿔 시험지를 채점했던 여자 아이는 백미경이라는, 철둑 너머 사는 아이였다.
도덕 시험을 보고 채점을 마친 후 시험지를 돌려받아 보니 분명 답을 맞게 썼는데도 찍, 틀렸다고 선이 그어진 게 있었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웃으시며 “그걸 어떻게 아느냐?”하셨다. 돌려받은 후 고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순간 난감했다. 듣고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고, 그 생각을 말해 특린 채점을 맞는 것으로 고칠 수 있었다.
정답을 쓴 글씨가 아래 있다는, 글씨 위로 붉은 색연필 선이 그어졌으니 고치지 않은 게 맞다는 얘기였다.
난 지금도 그때 일을 기억한다.
난감하다고 해서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막연하고 어려운 경우라 해도 틈이 있게 마련이고 때론 그 틈이 결정적일 수 있다.
정담 위로 그어진 붉은 색연필을 이유로 틀린 채점을 맞게 고친 그때 그 일은 늘 결정적 틈, 남아있는 가능성을 잊지 않게 한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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