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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55.마을 가로등
섬뜰 성미네와 종근이네 사이엔 가로등이 서 있습니다. 밤이면 환하게 켜져 동네를 밝힙니다.
섬뜰의 가로등은 자동입니다. 누가 켜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켜지고 제가 알아서 꺼지는 것입니다. 날이 잔뜩 흐려지면 한낮에도 불이 들어옵니다. 켜지고 꺼지는 것은 물론 밝기 조절까지 제가 모두 알아서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로등이 없어 달 없는 밤이면 칠흑같은 어둠에 덮이곤 했는데 이젠 세월이 좋아져 농촌에도 마을에 한 개씩 가로등을 단 것입니다.
자동으로 알아서 켜지고 꺼지는 가로등을 보며 느끼게 되는 건 슬픔입니다.
농촌 구석구석 가슴에서 가슴으로 번져드는 어둠을 두고, 하나씩 둘씩 꺼져가는 희망의 불빛을 두고 자동으로 켜지는 건 가로등 뿐입니다.
가슴의 어둠을 밝혀줄 건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종근네와 성미네 사이에 세워놓은 가로등은 언제라도 어둠이 내리면 제가 알아서 불을 켭니다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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