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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작은 변화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1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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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4.작은 변화


서재, 책상의 위치를 바꿨다. 날씨는 덥고 심심하길래 책상 위 책꽂이를 한쪽 옆으로 내려놓고, 벽 쪽을 마주했던 것을 서쪽 창가로 향하게 했던 것이다.
높이가 잘 맞는 건 아니지만, 책상에 앉으면 창문을 통해 많은 게 내다  보인다. 바로 교회 앞 엉성한 방앗간 지붕, 아이 뒷머리 기계로 민 듯 나무 모두 잘라내고 잣나무를 심은 신작로 건너편 산, 그리고 그 너머 하늘과 맞닿은 강 건너 산.
그러니까 책상에 앉으면 강원도에 앉아 충청북도의 산을 마주하는 셈이다. 의자를 조금 움직여야 하지만, 학교 쪽으로 난 길을 통해선 학교로 오가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다.
해질녘 노을과, 밤늦게 까지 지워지지 않는 어둠 속 산과 하늘의 경계선, 막 깨어나는 별들.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 보기를 좋아 했다는 어린 왕자, 원할 때면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 언제라도 그 모습 바라볼 수 있었다는, 언젠가는 마흔 세 번인가 해지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는 어린 왕자.
문득, 어린 왕자가 앉았던 그 의자에 앉은 듯 싶은, 책상에 앉는 시간을 아끼게 될 것 같은 편하고 좋은 생각이 든다. 단지 책상의 위치를 바꿈으로 얻게 된 마음의 변화, 좋은 암시였다.
그래, 주위의 작은 것부터 바꿔보자.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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