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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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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68.성지순례
지난해 지방에 있는 목회자 부부가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수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일이었다. 젊은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었다.
‘빛을 내서라도 다녀오라’, ‘젊어서 다녀올수록 좋다’ 어느 신학대학 노교수는 말년에 성지순례를 하며 자기가 ‘여태까지 가르친 건 헛것이었다 했다’는 등 성지순례에 관한 한 그럴듯한 말들이 많은지라 조금은 무리하게 떠나는 이들을 보면서도 마음은 덤덤했다.
좋은 여행 되기를, 좋은 생각 많이 하고 와 좋은 목회하기를 기도했다. 얘기가 시작될 때부터 갈 맘이 없었던 지라 일이 준비되는 과정에 관계 없이 무덤덤했다.
‘내 사는 곳이 성지’ 아니겠냐는 말을 언젠가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들은 후배가 고심 끝에 성지순례를 포기했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라, 단 하나 그 후배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아니다 하는 마음을 먹었던 터였다.
갑갑함을 견디며 이기며 살아온 아내에게 바깥바람 쐴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게 그중 미안했지만 다른 아쉬움은 없었다.
모세가 양을 치다 가시덤불 불타는 속에서 하나님을 뵈었다면 모세가 하나님을 뵈온 가시덤불 자리가 성지가 되어 순례 코스가 되는것이 아니라, 각자 살아가는 삶의 자리, 그 흔하고 당연해 보이는 삶의 자리에서 나 또한 하나님을 뵈옵는 것, 그래서 거룩한 자리는 내 삶 속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직 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게 다 성지순례를 다녀오지 않아서 하는, 뭘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핀잔하면 할 말은 없지만.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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