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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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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40. 잘 익은 연시
추석날 오후, 아내의 외할머니가 계신 하저리를 찾았다가 감을 몇 개 따왔다. 아내가 어렸을 적 늘 놀러가곤 했다는 그 외할머니셨다.
마당 한 구석에 제법 큰 감나무가 있어 벌써 연시로 익은 감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감이 참 달고 맛있어 장대를 들고 올라가 감을 따게 되었다. 제대로 된 장대가 없어 엉성한 나무 끝에 망을 매달고 감을 따다보니 생각만큼 감이 잘 따지지를 않았다.
연시가 망속에 잘 담기기도 했지만 땅 아래로 떨어져 퍽퍽 터지기도 했다. 더러는 가지가 부러져 아직 익지 않은 감을 할 수 없이 장대에 달아 내리기도 해야 했다.
그렇게 달아내린 생감 몇 개를 차 뒷좌석 뒤에다 싣고 며칠 지나자 노랗던 감이 거무죽하게 변했고, 탱탱하던 것이말랑말랑 해졌다.
익었구나 싶어 한 개를 따 맛을 보니 익긴 익었는데 맛이 영 제맛이 아니었다. 떫은 맛이 없을 뿐 그날 나무에서 익은 연시 맛은 전혀 없었다.
감조차도 나무에서 제대로 익은 것이 제맛을 내는 것이었다. 은총 아래 익지 않은 모든 것이 꺾은 가지, 차에서 죽듯 익은 감과 다름 없을터.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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