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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57. 정월 초하루날
정월 초하루날 하마트면 큰일 날 일이 있었다. 작실로 들어서는 초입새 왼쪽편으로 옷나무고개라 불리는 고개가 있는데, 동네 아이들 몇이 모여 놀다가 불을 낸 것이었다. 소꼽장난을 하던 중 밥을 짓는다고 불을 붙인 것이 그만 산으로 옮겨붙고 말았다.
겨울산이야 눈이 쌓여 있지 않으면 순 마른 낙엽 천지, 찬바람까지 불어댔으니 불이 이내 번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큰 불로 번지기 전 불길을 잡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때마침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다 달려와 함께 불을 껐던 것이다.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며 스스로들도 놀랬다. 다 모이고 나니 어릴 적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 형들이 다시 한번 다 모인 것이었고, 그 수가 만만치를 않았던 것이다.
정월 초하루. 동네에 난 산불을 통해서야 확인해 보는 흩어진 고향 식구들, 같은 근원을 가진 뿌리의 규모라니.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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