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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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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05.교회 화장실
교회 화장실은 재래식이다. 하기야 단강에 처음 왔을 때 있었던, 맨땅 위에 달랑 돌 두개 놓인 그 위에 올라가 일을 보고 뒤에 쌓인 재를 뿌려 뒷쪽으로 쳐내던 화장실에 비한다면 훨씬 개량된 화장실이긴 하지만, 일보고 물로 확 쓸어내는 양변기 때문에 재래식이란 조금은 억울한 이름을 떼지 못한 그런 변소다.
그런데 사기로 된 하얀 변기 끝엔 누런 똥이 붙어 있기 일쑤다. 목사네 식구들과 교우들, 놀이방 아이들이 다 함께 쓰다 보니 쉬 더럽혀지곤 하는 변소지만 그중 변기 끝에 달라 붙는 마른 똥은 언제나 한결같다.
놀이방 아이들이 들으면 억울하다 할진 몰라도 내가 생각하기엔 변기 끝에 붙이는 똥 솜씨는 아무래도 놀이방 아이들 것이지 싶다.
노는데 정신이 빠졌다가 급하게 달려와 엉덩이를 내리니 똥이 고울리 없고, 똥과 함께 나오는 오줌발 피하려는지 아니면 제 똥 굵기 제 눈으로 확인하려는 것인지 가랭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옷 끝을 잡아올린채 저만치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고 일을 보는지라 엉뚱한 곳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가끔씩은 한 양동이 물을 떠 가지고 가 쭈그리고 앉아선 말라 늘어붙은 똥을 떼어낸다. 그런 일엔 솔과 칫솔이 제격이다.
쓱쓱 닦다보면 어느샌지 사기 본래의 하얀 색이 살아난다. 그래야 며칠, 또다시 변기 끝은 이런저런 똥들로 눌러 붙지만 그래도 변소속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닦아내는 그 시간 은 그중 마음이 맑아지는 시간이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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