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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 강아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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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77. 강아지

 

“아빠, 아빠. 빨리 와 봐요!” 

뭐가 그리 급한지 소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댄다. 서재에서 책을 보다 달려가 보니 병든 강아지가 집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 강아지가 있었다고 가리키는 궤짝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마침 쓰레기 소각장 안에 제법 휴지들이 쌓여있어 불을 붙였는데 불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얼마나 놀랬던지, 

잠깐 없어졌던 그 병든 강아지였다. 털 한쪽이 꼬슬린채 기어 나왔다. 털 탄 냄새가 싸하게 퍼졌다. 지난번에도 한번 병든 개, 아내가 ‘나사로 개’라 불렀던 개가 죽기 전 교회로 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병든 강아지가 교회를 찾아온 것이었다. 

지난번처럼 병들었다고 누가 또 버린듯 했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한 눈에도 병이 깊어 보이는 강아지는 하마트면 불에 타 죽을 뻔 하다 겨우 기어 나와선 쓰레기통 뒤 구석자리로 숨어 들어가 거친 숨을 할딱거리고 누웠다. 

아주 조그만 병든 강아지, 강아지의 맑은 눈망울이 참 안됐어 마침 부엌에 있는 생선 한토막을 갖다 주었더니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워낙 기력이 없어 생선 한 토막을 힘겹게 먹으면서도 몹시 불안한 듯 계속 눈치를 살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때 강아지가 보이질 않았다. 쓰레기통 구석 자리에 죽어 있지나 않나 조심스럽게 살펴 보았지만 강아지가 없었다. 밤새 나아 어디론가 갔다면 다행이지 싶었다. 

없어졌던 강아지를 이틀만에 뒷뜰 닭장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닭 모이를 주러 올라갔더니 닭장 앞 풀밭에 쓰러져 누워 있었다. 두눈엔 눈꼽이 잔뜩 끼었고, 파리가 눈꼽 주변은 물론 몸뚱아리에 까지 까맣게 꼬여 있었다. 맥없이 껌벅이는 눈으로는 눈가에 앉은 파리조차 쫓지를 못했고.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져 젯빛으로 변한 두 눈에는 죽음의 기운이 잔뜩 어려 있었다. 

닭모이를 주고 나와 빈 그릇을 획 획 휘둘러 파리를 쫓았지만 그때뿐 잠간 도망갔던 파리들은 또다시 죽어가는 강아지에게 내공 앉았다. 주변에 마른 풀을 뜯어 몸을 덮어 주었다. 

꺼져가는 생명처럼 껌뻑껌뻑 불쌍하게 두 눈만 껌벅거렸다. ‘그래, 어서 눈을 감아라. 내 너를 묻어주마.’ 마지막 순간 그래도 자기를 묻어줄 사람 있는 곳으로 찾아 들었지 싶은 병든 강아지. 잘 묻어줘야지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두 눈의 껍뻑거림은 한참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됐다. 어느덧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고 마침내 늦가을의 비가 우둑우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쌍한 짐승이지만 혼자 죽게 할 수는 없지 싶어 늦게까지 키고 섰었다. 한번은 요동을 치며 앞발 두 개를 모아 쭉 뻗었다 저렇게 죽는구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풀릴대로 풀렸지만 여전히 눈빛은 반짝거렸다. 

그동안 죽어가는 자기에게 준 동정의 눈빛에 고맙다 인사를 한 것인지도 몰랐다. 날은 어내 어두워졌고 집으로 들어 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강아지는 죽어 있었다. 밤새 내린 비를 다 맞아 온 몸이 축축 한 채 뻣뻣하게 죽어 있었다. 뒷산 언덕에 또 하나의 구덩이를 파고 강아지를 묻었다. 

정말 강아지는 저를 묻어줄만한 사람을 찾아 교회를 찾아들었던 것일까.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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