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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61. 그 무모함
또 한번의 봄이 왔고 또 한번의 농사가 시작됐다. 겉으로야 여전히 겨울 끝이지만 봄 농사를 위한 준비는 조용히 차분하게 이어진다.
집집마다의 방 한쪽에선 고추씨를 싹 틔우고 담배 농사를 위해 왕겨 부탄을 만들기도 한다. 논밭 둑에 불을 놓기도 하고 오랫동안 그냥 세워둔 경운기에 시동을 걸어 보기도 한다.
지집사님네는 이번에 당근밭에 백오십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땅심을 돋기 위해 객토작업을 하고 밭에 거름을 펴니 백오십만원이 들었다.
“지난해 번거 그거루 다 들어갔지유, 해마다 그런 셈이예유.”
때에 따라 춤을 추는 당근값, 어떤 해는 씨값 건지기도 어려운데 근근히 두 내외 농사짓는 지집사님네는 특별한 재주없는 밭에다 거금을 들였다.
그 무모함, 질긴 생명력.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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