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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 눈물 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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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96. 눈물 샘


“역시 집안엔 어른이 있어야겠어유. 어른이 없으니까 영 허전하구 이상해유.”
병철씨를 만나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니 병철씨가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얼마전부터 병철씨의 어머니인 이필로속장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취직을 한 막내딸을 위해 인천으로 가 있습니다. 막내란 언제라도 막내, 비록 언니네 집에서 생활한다 하여도 늘 눈에 밟히는 막내를 위해 먼길을 떠났던 터였습니다.
어머니도 안계시고, 오랫만에 부인과 자식들이 오붓한 시간을 갖게되어 그런 분위기도 괜찮겠다 은근히 궁금했는데, 그런 면에서 병철씨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맏아들로써 어머니를 생각하는 병철씨의 마음이 여간아니었습니다.
며칠이 지난뒤 이필로 속장님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있을땐 막내가 걱정이 되고 나가 있으니 농사일이 걱정이 되고, 어디 가서도 마음 편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속장님이 돌아온지 며칠뒤 작실마을에 아픈 할머니가 있어 같이 심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속장님이 막내네 다녀온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얘기 끝 속장님은 자기도 모르게 솟구친 눈물에 한동안 말을 잊어야 했습니다.
요즘엔 병철씨가 매일밤 당신 엎에 와서 잠을 잔다는 것이었습니다. 막내가 있을때는 막내랑 함께 방을 썼는데, 막내가 떠난 뒤론 속장님은 혼자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혼자 자는 엄마가 얼마나 쓸쓸할까 싶어서인지 건너가리구 건너가라구 아무리 성화를 내도 제 베개를 가지고 와 꼭 엄마 곁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었습니다.
속장님은 그 얘기를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느누가 그자리에 있어도 뜨거운 눈물이 쉽지 않았겠지만 제겐 더욱더 그랬습니다. 언젠가 속장님이 말했던 이야기를 기억 하는 까닭입니다.
당신 눈물은 말라붙었다고, 속장님은 언젠가 속 맘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한창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뜬 남편, 가난과 함께 남겨진 올망졸망한 자식들, 어떻게든 살아야 된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온 거칠고 아픈 세월, 속장님은 눈물을 보일만한 틈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슬픈 일을 봐도 기막힌 얘기를 들어도 당신 눈에 더는 눈물 솟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속장님이 아들 얘기를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니 그 눈물이 여느 눈물과 같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어머니의 아픔과 허전함을 사랑으로 곱다시 감싸 안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이 어머니 가슴에 눈물을 솟게 했고, 그건 오래전 잃어버린 맑은 샘 하나를 어머니 가슴속에 소중함으로 되찾아 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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