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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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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26.할아버지의 자리
작실로 올라가는 산모퉁이 길 한쪽 편엔 언제나 종이상자 한 조각이 놓여 있습니다. 라면상자 한쪽을 뜯은 누런 각 딱지입니다. 제법 자라 오른 느티나무의 그늘이 드리우고, 작은 둔덕이 있어 의자처럼 앉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은 경림이 할아버지의 자리입니다.
몇 년 전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 홀로 되신 할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면 지팡이를 짚고 나와 한참을 앉아 있곤 합니다.
아흔이 다 되신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거기 당신 자리에 앉아 당신 땀도 꽤나 섞였을, 땀내 맡은 모들이 초록빛 물결로 흔들리는 논들과, 당신도 떠나면 묻힐 앞산을 가만히 봅니다.
지나며 뵐 때마다 그 눈길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습니다. 수도자의 참선하는 모습이 할아버지와 가히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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