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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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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 준규의 응원
총영사배 축구대회가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한인단체들이 참가하여 친목을 도모하는 대회였다. 그 동안 매 주일 오후마다 운동 삼아 축구를 해 왔던 우리교회에서도 참가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학생 몇 명과 어른 몇 명이 시작했던 운동이 어느새 제법 모양을 갖춘 팀이 되었고, 그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침 한국에서 독일을 찾는 친구가 있어 유니폼을 한국에서 맞추고 친구가 아예 들고 왔다. 잉글랜드 팀이 입는 것과 똑같다는 유니폼이었다. 앞면에는 동생 한희진 집사가 디자인해 준 '웃음이 가능한 교회' 로고를 인쇄해 넣었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산뜻한 유니폼만이 아니었다. 많은 교우들이 응원을 나와 한데 어울렸는데, 교회 밖에서 확인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든든하고도 보기에 좋았다. 둥그렇게 둘러서서 서로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릴 때 우리들이 만든 원은 제법 컸고, 마주잡은 손은 그만큼 든든함으로 와 닿았다.
축구경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우리가 교회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이왕 나왔으니 이기면 좋겠지만 져도 좋다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자고 부탁을 하고, 기도를 드린 뒤 운동장에 들어갔다.
결국 우리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1무 2패였다. 성적만으로 보자면 초라했지만, 아무도 초라하다는 생각을 갖진 않았다. 한마음이 되어 같이 땀을 흘리고 뛰었으며, 열심히 응원을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을 뿐이었다.나중에 준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재미있고 귀했다. 준규 말에 의하면 우리교회가 진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째는 준규 아빠가 안 온 것이었다. 매주 축구하는 일에 열심인 준규 아빠 박수호 씨는 하필이면 그날 직장일 때문에 시합에 참가하질 못했다. 또 한가지, 준규가 억울해 한 것이 있었다. 자기가 우리 팀을 위하여 레드 카드와 옐로 카드를 만들었는데, 심판이 카드를 한 번도 사용을 안 했다는 것이었다. 상대편이 반칙을 할 때 카드를 내보여야 하는데, 심판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
다. 정말로 준규는 아빠와 교회 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빨간색 카드와 노란색 카드 한 장씩을 가지고 나왔단다.
그런 준규로부터 선수들 힘내라고 고기를 굽기 위해 따로 불판을 챙긴 손길까지, 귀한 마음과 마음을 나눈 좋은 날이었다. '남을 즐겁게 하는 즐거움을 누린 날'이었다고, 주일 광고 시간에는 축구대회의 의미를 그렇게 정리했다. (20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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