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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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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14.지팡이
“할머니, 약은 한 가지 밖에 없어요.”
“그게 뭔데유?”
“지팡이에요. 할머니.”
허리가 아파 며칠을 고생하는 김천복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이런 저런 검사를 다 마친 선생님의 판단은 간단하고 분명했다.
허리는 집으로 말하면 기둥인데 기둥이 휘었으니 새로운 기둥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며 할머니에게 새로운 기둥은 지팡이라는 얘기였다.
지팡이를 짚으라는 말에 할머니는 “에이, 남부끄럽게 지팡이를 으트케 짚어유? 밤에 교회 댕길 땐 남 안보니까 짚구 댕기겠지만,”하며 웃었다.
올 일흔 여덟이신 김천복 할머니, 누가 보이도 노인네이고 당장 당신 허리가 아픈데도 지팡이 짚는 것이 남부끄럽다니.
그러나 안다. 그만한 나이에도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도록 일하며 살아가는 삶, 당신의 아픈 허리를 지탱할 수 있는 게 결코 지팡이뿐이 아니라는 것을 할머니는 알고 계신 것이다. 잠깐의 도움 뿐, 자신의 아픈 삶을 지탱할 건 어쩜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할머니 약값을 받지 않았다. 박규례 원장님의 배려였다. 병원을 나올 때 할머니가 갸우뚱했다.
“이상하데유. 병원에 간 건 츰인데 선상님이 이름을 보더니만 날 알아봐유. 책 보고 알았다믄서유.”
따뜻한 기억과 관심, 어쩜 할머니에게 필요한 지팡이는 그것뿐인지도 모른다. 굽은 할머니 삶을 지탱해줄 것이 그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훼훼 손 저으며 사람들 틈을 지나 버스 타러 앞서 가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 손에 쥐어드릴 지팡이 생각이 간절하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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