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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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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00.새벽 제단
매일 새벽마다 어김이 없는 두 분이 있습니다. 문 권사님과 지 권사님이 그분들입니다. 문 권사님은 매일 새벽 제단을 닦고 지 권사님은 매일 새벽 교회 종을 칩니다.
그 일은 어김이 없습니다. 멀리 자식네 다니러 갔다가도 그 일을 위해 밤늦게라도 서둘러 돌아오는 두 분입니다.
늙은 과부에 가난하기까지 하니 무엇으로 봉사하겠느냐 안타까워 할 때, 전임 목사님은 두 분께 제단 닦는 일과 새벽종 치는 일을 맡기셨고, 그날 이후 두 분은 그 일을 하나님께 받은 일인냥 지성으로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두 분은 모두 70이 넘으신 연로하신 노인들입니다. 그런데다가 두 분은 모두 불편하신 몸입니다. 제단을 닦는 문권사님은 관절염도 심하여 걷는 일도 힘들고 무릎을 꿇지도 못하십니다. 그래도 제단 닦는 일은 늘 그분의 손길이고 불편한 몸도 제단 닦는 순간엔 잊어버리시곤 합니다.
종을 치는 지권사님은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꼈는데, 보청기를 끼고서도 분명하게 듣지를 못하십니다. 그래도 목사님 설교와 남이 당신 흉보는 소리는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합니다. 보청기를 끼고서도 귀가 어두우신 지권사님에 의해 울리는 새벽종은 일분 이른 적이 없고 일분 늦은 적이 없습니다. 틀림없는 시간도 놀랍지만 더욱 새삼스러운 건 지권사님 댁에 자명종 시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손목에 차고 있는 조그만 시계뿐입니다. 손목시계로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권사님은 매일같이 새벽잠을 설칠지도 모릅니다. 자다 말고 깨어 시계를 확인하고 도 자고, 그러다간 또 깨고, 바쁜 농사철, 이집저집 일 거들면 납덩이처럼 몸 무거우실 텐데도 새벽종은 정해진 그 시간 어김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제단 닦는 일과 종치는 일은 두 분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믿음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제단을 닦는 문권사님이 늦은 적이 있는데 종치고 들어온 지권사님이 대신 제단을 닦았답니다. 그때 교회 뒤편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는데 늦게 온 문권사님이 지권사님을 눈을 부라려 바라보며 “내가 종 치면 좋아요?” 호령을 한 것입니다. 맘 좋기로 유명한 문권사님이 그렇게 화를내는 모습을 전에 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지권사님이 큰아들네가 있는 서울로 이사를 갔습니다. 정든 마을도 마을이지만 종 치는 일 때문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눈물로 돌렸습니다.
지권사님은 떠나시기 전 후임으로 동을 치게 된 원권사님께 한 가지 선물을 했는데 손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였습니다.
지권사님은 멀리 서울로 떠나셨지만 매일 새벽 꿈에서도 생시처럼 고향교회 새벽종을 치고 계실 겁니다.
만종교회 최목사한테 지권사, 문권사님 얘기를 들으면서 작은 시골교회를 지키는 두 분의 모습이 아름답고 거룩했습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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