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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광철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5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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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70.광철씨


지난 가을의 일입니다.
아침부터 찬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김남철씨가 회사로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해 마을 보건소장님과 결혼한 남철씨는 원주에 있는 한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트럭을 몰고 출퇴근을 합니다.
강가 길을 신나게 달려 조귀농 마을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앞에 누군가 비를 맞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른 아침이기도 했고 비 속 우산도 없이 웬일일까 싶어 차를 세웠습니다. 보니 광철씨였습니다.
마른 몸매의 광철씨가 그냥 비를 맞아 온 몸이 젖은 채 걸음을 멈췄습니다. 광철씨는 일을 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전날 무 뽑는 일을 하겠다고 일을 맞췄던 것입니다. 그만한 비라면 일이 미뤄질만 하고 안 가면 비 때문이려니 할텐데 광철씨는 혹 기다릴지도 모를 주인을 위해 일터로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른 타라고 남철씨가 문을 열었습니다. 찬비를 맞아 파랗게 추워진 몸이 여간 안쓰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광철씨는 사양을 했습니다. 이 젖은 몸으로 차를 타면 자기 때문에 차를 버린다며 예의 그 더듬거리는 말로 설명을 했습니다. 자긴 됐으니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남철씨 마음이 아리도록 아팠습니다. 아, 깨끗한 사람!
헛일 될지도 모르는 길을 이른 아침 비 맞고 가는 것도 그랬고 빗길, 웬만한 사람이면 태워 달라 차를 세웠을 텐데, 차 버릴까봐 그냥, 그냥 가리나.
차에서 내린 남철씨가 등을 떠다밀어서야 광철씨를 태울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남철씨를 통해 들은 광철씨 이야기입니다. 남철씨는 광철씨가 어떤 마음인지 그 일로 알게 되었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탁자 위에 귤 두 개가 있었습니다. 예배 마친 후 광철씨가 사택에 들러 전했다는 것입니다.
그날 일하러 간 집에서 일할 때 먹으라고 준 귤을 안 먹고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목사님 어린 딸 준다며 가져온 것입니다.
봄엔 퇴비를, 가을엔 볏가마니를, 사람들은 대개 무거운 짐을 질 때만 광철씨를 필요로 합니다.
허약한 몸매의 서른 셋 노총각 광철씨.
그냥 걸어도 불안한 걸음새인 광철씨는 아무 싫단 말없이 온갖 무거운 짐을 지지만 광철씨 어깨에 걸쳐 있는 저 무거운 삶의 무게는 누가 어떻게 나눠져야 하는지. 광철씨를 볼 때마다 흐려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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