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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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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55. 싸움
지금 생각하면 더 없이 우습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시절, 내 최고의 관심사는 이기고 지는 것이었다. 같은 학년 아이 중 그 누구라도 날 이기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나이 두세 살 지나 입학하던 아이들이 꽤 있던 때다. 덩치 큰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난 모두를 이겼다.
덩치 큰 녀석을 방과 후 차례대로 만나 싸움을 벌였는데 그 싸움은 상대방 입에서 “져!” 소리가 나야 끝나곤 했다. 내 혼자의 힘만으론 부족할 땐 친구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아무도 날 이기는 애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큰 도전을 받게 됐다. 초평리에 사는 아이였는데 나이도 많고 덩치도 제일 큰 녀석이 먼젓번 항복 선언을 뒤엎고 다시 도전을 해 온 것이다.
싸움은 점심시간 학교 후문 쪽 소나무 숲 아래서 벌어졌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한 참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점심시간 끝나는 종이 울렸다. 구경하던 아이들은 우르르 교실로 달려갔지만 우린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건 싸움의 포기요 졌다는 표시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뿔 맞댄 황소처럼 식식거리다가 달려 나온 선생님께 우린 여지없이 붙잡혔다.
그러나 난지지 않았다. 녀석이 주머니에 돌멩이를 감췄던 것이다. 주머니에 숨긴 돌멩이, 그것은 이미 진 것과 다름없었다. 주먹 한 대, 코피 한 방 터지지 않았지만 녀석은 주머니의 돌멩이로 이미 승부에선 내게 진 것이다.(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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