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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글쓰는 손, 일하는 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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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25.글쓰는 손, 일하는 손


짜증날 정도로 더운 날, 아예 마당에 나가 풀을 뽑았다. 집안에 앉아 축축 처지느니 ‘그래 네가 더울테면 어디 한번 더워 봐라’그러는 게 낫겠다 싶었다.
풀 돋기 시작한 봄 이후 교회 주위 몇 본은 뽑았지만 여전히 풀들은 돋아났다.  비 한번 오고나면 쑥 자라오르곤 하는 잡초들, 잡초의 생명력이란 여간 끈질긴 것이 아니다.
뒤따라 나온 소리와 같이 한나절을 풀을 뽑았다. 흠뻑 젖은 온 몸의 땀이 차라리 유쾌했다.
밤 늦게 앉아 주보 원고를 쓴다.
어께도 쑤시고, 바싹 잘려 나간 새끼손톱하며 돌멩이가 깊숙이 배겼다 빠져버린 손가락 끝의 쓰라림 하며, 맨손으로 잡아 뽑느라 힘 꽤나 썼던 손마디가 쉽게 펴지질 않는 불편함 하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글 쓰는 손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일하는 손 되어야 하겠구나 하는,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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