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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11.기다림뿐인 전화
윤연섭 성도님 집에 전화를 놓은 것은 지난해의 일입니다. 함께 사시던 박종석 성도님이 병으로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 되자, 자녀분들이 의논하여 전화를 놓아드린 것입니다.
전화기의 반 이상이 숫자판으로 되어있는 큰 전화기입니다. 연호하신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그런 전화기를 골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 해가 되도록 윤연섭 성도님은 전화를 걸 때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특별히 전화 할 때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흐린 눈에 큰 번호판도 별무효과라 전화를 걸라치면 ‘저 건너 애들 불러다오’하고 애들 없을 땐 남의집 거 돈 주고 하는 것입니다.
적어둔 번호대로 몇 번 눌러봤지만 띄엄띄엄 누르는 사이 ‘삐삐-’하고 꺼지기 일쑤고, 여차하면 잘 못 걸었다는 퉁명스러운 대답들, 전화 걸기가 두려운 것입니다.
걸려오는 전화만을 받을 수 있는 전화, 기다림뿐인 전화, 어디 그게 윤연섭 성도님네 전화 뿐이랴만.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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